“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”는 문법 오류다

진리 자유

연세대 건학정신은 “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”(요 8:32)라는 성구에 기초한다. 전북 한일장신대 미래도서관 머릿돌에도 이 성구가 새겨 있어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에게 조용한 자극을 준다. 어디 이뿐이겠는가? “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”는 예수의 말씀만큼 유명한 성경구절도 드물다.

엊그제 이오덕 선생의 (한길사, 1990)를 뒤적이다 이 성구가 ‘틀리게 쓰는 한자말’의 대표적 사례임을 비로소 알았다. 그의 설명에 의하면 ‘자유(自由)’라는 한자 단어는 ‘-롭다’ ‘-스럽다’를 붙여 그림씨(형용사)로 써야 한다. ‘자유’ 뒤에 ‘-하다’를 붙여 움직임씨(동사)로 쓰는 건 우리말 어법에 맞지 않다.

실제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보니 ‘자유하다’란 말은 없다. 이오덕 선생은 왜 ‘자유케’라는 틀린 말을 쓰는지 그 연원을 추적하였다. 그리하여 1939년 대한성서공회가 발간한 『신약전서』에 그렇게 번역되어 있음을 지적한다.

진리

하지만 최초의 한글완역판인 1938년판 『성경전서』을 찾아봤더니 그 책에서 이미 “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”고 번역해 놓았다. 개역한글판(1961)도 역시 이 번역을 그대로 유지한다. 한참 뒤에 나온 공동번역(1977), 개역개정(1998), 표준새번역(2001), 주교회의 성경(2005)은 모두 이 성구를 “자유롭게”로 바로잡았다.

그럼에도 “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”는 성구는 여전히 널리 쓰인다. 맨 처음 잘못 번역하면 훗날 바로잡기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알 수 있다. 한국 기독교의 한글성경 번역과 보급은 겨레의 문맹퇴치에 큰 기여를 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. 하지만 요한복음 8장 32절의 사례처럼 우리말 성경이 한글을 틀리게 사용함으로써 혹시 오염시킨 측면은 없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.

안타깝게도 개역개정판 성경은 다음 네 개의 구절에서 ‘자유하다’는 표현을 여전히 쓰고 있다. 고치려면 다 고칠 일이지 왜 이리 남겨뒀나 싶다. 번역자들의 미숙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. 이 성구들도 우리말 어법에 맞게 다 고쳐야할 것이다.

신명기 15:13
그를 놓아 자유하게 할 때에는 빈 손으로 가게 하지 말고

레위기 25:54
그가 이같이 속량되지 못하면 희년에 이르러는 그와 그의 자녀가 자유하리니

이사야 58:6
내가 기뻐하는 금식은 흉악의 결박을 풀어 주며 멍에의 줄을 끌러 주며 압제 당하는 자를 자유하게 하며 모든 멍에를 꺾는 것이 아니겠느냐

신명기 15:18
그가 여섯 해 동안에 품꾼의 삯의 배나 받을 만큼 너를 섬겼은즉 너는 그를 놓아 자유하게 하기를 어렵게 여기지 말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 범사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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